포스트 코로나, 지역공동체를 다시 불러내다

양은진/ 세무사, (사)부산플랜이사장

“코로나19의 아픔이 기여한 바는 우리 삶의 전환이었다”고 기억할 미래를 갖고싶다.

현재 진행형인 위기 가운데서 그나마 의미있는 것은,이제 더이상 과거와 같은 삶을 지속해서는 안된다는 자각이 대규모로 일어나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우선은 성장이 가능하지도 않고, 바람직하지도 않으리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사실 우리 사회는 5년 넘게 저성장시대를 살아왔고, 중국의 지난 분기 성장은 -6%다.
또하나, 글로벌 분업은 끝났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특정지역 교통망 폐쇄가 산발적으로 진행되자, 시장근처에 제조업을 만들기 위한 리쇼어링 지원정책도 강화될 것이다. 생필품 분야에서 부터 제조업 국산화가 활발해질 것이라 전망된다.
무엇보다 긍정적인 것은 실업, 반실업, 폐업이 늘어나면서 기본소득에 대한 공감기반이 확장되고 있는 점이다. AI, 디지털트렌스 포메이션은 성장하는 기업의 트렌드가 되었다. 포스트코로나시대 고용의 안정성은 심하게 위협 받고 있다.
국가의 역할이 주목받고 작은 정부론이 퇴조했으며, 지역사회의 밀착된 역할에 대한 재조명이 있다는 점 역시 긍정적이다. 나아가 공공성과 공동체의 역할에 대한 공감이 확산되었다. 그러나 공감의 확산이 곧바로 의미있는 대안과 정책 실현을 가져오지는 않는 듯하다. 포스트 코로나를 겨냥한 자본주의 경영의 대책은 신속한 반면 코로나 위기에 거리로 나앉은 서민들의 삶과 일자리에 대한 대책의 목소리는 미약하다.

이윤의 극대화를 추구하는 이들은 신속하게 조언한다. 글로벌분업의 붕괴를 아쉬워하면서 디지털트렌스 포메이션에 뒤지지 마시라고 충고한다. 온라인, 언택소비에 맞추어, 무인화 경향이 가속화될 것이니 로봇을 사시라고 권한다. 알바 대신에 키오스크(무인 안내단말기)를 적극 도입하라고. 화상회의와 재택근무의 리모트워크를 도입하라고, 인공지능을 활용한 무인매장을 도입하라고….
때맞추어 정부는 한국판 뉴딜을 들고나왔는데, 기업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위한 기반시설 투자와 지원책이 중심을 이룬다. 기업 지원에 집중하면 일자리도 따라 만들어진다는 계산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전혀 그렇지 않을 것 같아 걱정이다.

코로나로 변화되는 직장을 이윤추구 극대화란 자본의 요구방식대로 추구해보자. 디지털 트랜스 포메이션을 극단적으로 추구하면 직장은 0과1로 변하고 사람 역시 모두기호로 변할수밖에없다. 사람과 사람의차이,내가미워하던 이도, 사랑한 이들의 얼굴도 지워진다. 그저 온라인으로 동영상으로 회의하고, 지시 한다. 그나마 민주화되던 직장의 움직임도 사라진다. 문자로 해고통지하면 안된다고 항의 하던 저항도, 위험의 외주화는 안된다는 외마디 비명도 조용히 지워진다.

사람의 얼굴이 사라지고 사람과 함께했던 공간도 사라진다. 관계의 자리들이 사라진다. 추억이 사라진다. 우리가 사랑하던 사람과 작별 했을 때 우리를 힘들게 하던게 무엇이 었던가. 그와 함께했던 시간이란항상 어떤공간에 멈춘 것이다. 찰나의 기쁨은 장소와 함께 있다. 김과장과 함께 울고웃던 사무실 안쪽 락카룸 의 기억이 지워진다는 것이다.
사람과 공간이 지워지면 연대의 기억도 노동조합의 추억도 모두 사라진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공간의 관계맺기가 모두 지워지면 우리는 모두 삶의 자리에서 뿌리 뽑힌 부유물이 되는 것이다. 기계와 사람닮은 기계 사이를 떠다니는 먼지를 생각해보셨는가?

인간으로 살아남고자, 우리는 이 전환의 시점에, 깨어, 미래를 극력 논의해야 한다.
얼굴을 마주하는 공간의 사람다움, 지역 연대성, 중앙 집중식 규율 권력의 해체 혹은 분권화, 일자리와 삶의 공동체성. 지역공동체가 중심이 되는 사회연대 경제의 가능성을 말이다.
그간 일찍부터 소개되어온 급식, 건축, 돌봄 을 결합한 ‘카라박프로젝트’는 지역 연대경제 형성을 위해 우선 착수해야 할 지점으로 추천하고 싶다. 여기에 보건의료가 결합된다면 급식-건축-돌봄-보건의료의지역공동체가 만들어질 수 있다.
코로나 위기에 제대로 가동되었어야 할 방과후 돌봄체계가 무너지면서 돌봄교사는 실업을, 출근해야 할 부모들은 아이를 그저 방치 해야 하는 아픔이 강제되었다. 이 상태가 두달 너머 석달을 넘기고 있는 지금, 어떤 대책이건 협동하여 자구책을 찾아야 한다.
우리사회에는 지역 아동센터에 어린이 급식관리 지원센터도 있다. 고교 무상교육 실현, 친환경 무상급식을 위한 인프라도 있다. 여기에 민간이 네트워크를 형성하여 결합하고 일자리를 만들고 배분하는 일을 서두르면 된다. 공공의 공간을 확보하여 급식, 건축, 돌봄, 보건의료 를 한자리에 모으는 일을 시작하고, 역내 기관들의 온라인 네트워크 형성을 촉진할 필요가 있다.
더 나아가 수준높은 온라인교육과 돌봄의 결합, 학습 지원을 위한 돌봄체계를 적극적으로 만든다면, 육아, 보육, 교육공동체의 기능을 갖춘 공동체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지역의 신선식품 e커머스 가치사슬을 적극적으로 산업화해야 한다. 로컬퍼스트의 출발점을 로컬푸드에서 가져가는 것이 전략적 으로 의미있다. 가까운 지역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그 지역내에서 우선적으로 소비하는 공급, 유통시스템을 적극적으로 만들어야 한다. 대형화되고 글로벌화된 먹거리 공급체계가 면역력을 약화시키고 건강하지 못한 식단을 제공한다는 점은 널리 알려져 있다. 다만 실천을 위해 “손 가까운곳에 로컬푸드”를 공급해야 한다.
공동체의 물류센터 운영, e커머스 가치사슬을 사회적 경제가 주도하여 형성한다면 “손 가까운 곳에 로컬푸드”는 현실이 될 수 있다. 공급자와 시민이 건강하게 살고, 미래의 바이러스전쟁에 등장할 농산물 무기화를 위한 힘있는 자원이 될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한민국을 ‘첨단산업 세계공장’으로 만들겠다고 선언하자, 규제 완화를 요구하는 재계의 요구가 빗발친다. 높은 법인세, 뻣뻣한 노동 유연성, 엄격한 주52시간 제도, 중국과 동남아보다 매력이 낮은 인건비를 거론한다. 심지어 수도권 규제완화 하자고 국회의원들이 난리다.
외부로 간주되었던 자연, 생명, 소수자, 어린이, 동물, 식물 등을 외부효과와 같이 오염시키고 파괴함으로써 성장의 원동력을 삼아온 탄소경제와 작별하는 것이 쉽지않아 보인다. 자연을, 더 나아가 사람의 정신세계를 마음껏 약탈할 자유를, 규제완화를 달라고 하는 자본의 요구를 극복하고 우리는 그린뉴딜로 갈수 있을까. 땅이란 땅은 아파트를 지어 지역에서 몇천억 이익을 쓸어담아간 토건재벌에 목을 매고, 중앙정부 관료에 줄서야 하는, 기왕의 지역정책과 작별하고 지역연대 경제로 갈 수 있을까.

많은 시간을 집에서 가족과 함께 보내고 바라보니 하늘이 맑아졌다. 요세미티 공원에서는 동물들이 사람구경 하더란다. 예나 지금이나, 새로운 미래는 그를 위해 준비하는 사람들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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