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과 국가를 넘어 자율적인 거버넌스를

양은진 / 발행인, (사)부산플랜 이사장

“We are poised between an old world that no longer works and a new one struggling to be born.”
우리는 이제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 낡은 세상과 태어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새로운 세상 사이에 놓여 있다.

-D Bollier, S Helfrich, “The wealth of the commons: A world beyond market and state”-

재난이 일상이 되고 있다. 코로나에 이어 기후변화가 초래한 기나긴 장마와 물난리의 끝에서 여전히 힘든 사람들은 불안하다. 살아오며 무어 그리 빛나는 영광도 재산도 희망한 적 없건만, 조용한 저녁시간조차 아쉬운 것이 요즘이다. 불안의 근거는 이 상황에 끝이 없으리란 막연한 추측에 있다. 벌써 “위드 코비드withCOVID”가 슬그머니 옆자리에 와 앉는다. 이 도시, 이 시스템 하에서 기약할 수 있는 미래가 있을까.
제레미 리프킨은 사물인터넷과 최근의 과학기술혁명이 인류를 글로컬라이제이션으로 안내할 프레임이라 설명한다. 글로벌한 아웃소싱보다는 지역에서 생산하는 온쇼어링onshoring, 농업과 3D프린팅을 활용하는 제조업에 이르기까지 대부분의 생산을 지역에 의존할 것이라고 한다. 기후재난은 분산에너지, 소규모전력망을 필요로 한다. 그리고 이것은 거버넌스의 변화를 가져올 수 밖에 없다.
기후 변화, 자산 불평등, 팬데믹의 사회경제적 결과를 교정할 수 있는 동력은 시장과 국가권력에서 기대할 수 없다. 지난 세기동안 자본주의가 만들어낸 환경파괴적이고 반사회적인 외부 효과는 시장과 국가의 힘으로 통제하기 어렵다. 소비시장과 개인의 취향 깊숙이 침투한 자본의 힘은 국가권력의 힘으로도 통제할 수 없다. 그리고 자본과 시장이 주도하여 파국으로 치닫는 걸음을 통제할 수도 없다.
올해를 달군 부동산전쟁의 와중에서 보수는 내내 시장과의 화해를 권고했다. “투기수요를 잠재울 공급을 늘려라.” 사실 이들이 권고한 공급의 확대란 집부자와 글로벌부동산 투자자본을 위한 상품을 늘리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세금으로, 금융규제로, 용적율 완화로, 그러다 여전히 변함없는 공공택지에 선분양방식으로 대규모 주택청약을 선물하는 소위 진보정부에 의탁하기도 어렵다.
시장과 국가권력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낡은 보수/진보의 프레임으로는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그래서 현재를 넘어서는 상상력이 요구된다.
9월호의 커버스토리 “공동체의 토지정의”는 이런 시각에서 상상을 담고자 하였다. 로컬퍼스트는 계속해서 토지정의의 대안으로 사회적부동산, 기후문제, 협동조합, 지역식품 시스템, 대안금융, 수평적 네트워크 생산, 자율적인 거버넌스와 자급이라는 주제를 다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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