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주도의 도시재생과 지역자산화의 경험

전은호 / 목포시 도시재생지원센터장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한 사회적 불안이 가중되고 서로의 안녕을 묻는 게 일상이 된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비대면(언택트) 시스템이 사회 곳곳에 새로운 삶의 양식으로 자리 잡고 있으며, 모이는 일은 미루어지거나 취소되고 개인의 사적 공간이 사회적 공간으로의 기능을 겸하게 되는 상황을 경험하고 있다. 한편, 개인의 안녕과 닫힌 공동체의 이기만을 주장하는 그릇된 공동체가 사회 전체에 부정적 영향을 미쳐 불신과 불안을 야기하는 흐름도 있다. 공간적 비대면의 필요만큼 관계적 상호신뢰와 연대의 필요성도 더 커져가고 있는 상황 속에서 지역에서 함께 공간을 재생하고 공통의 자산을 형성해 가는 일의 중요성을 되짚어보고자 한다.

도시재생은 “인구의 감소, 산업구조의 변화, 도시의 무분별한 확장, 주거환경의 노후화 등으로 쇠퇴하는 도시를 지역역량의 강화, 새로운 기능의 도입ㆍ창출 및 지역자원의 활용을 통하여 경제적ㆍ사회적ㆍ물리적ㆍ환경적으로 활성화시키는 것”을 도시재생이라고 정의하고 있다(도시재생특별법 제2조). 현 정부 들어서 도시재생은 뉴딜이라는 이름을 덧대어 도시 쇠퇴에 대응하고 물리적 환경개선(H/W)과 주민들의 역량강화(S/W)를 통해 도시를 “종합 재생” 함으로써 주거복지 실현, 도시경쟁력 회복, 사회 통합, 일자리 창출이라고 하는 목표를 달성하고자 전국 대부분의 도시에서 뉴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도시재생은 기존의 개발사업과의 차별성으로 지역공동체(주민)의 주도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현장에서 그 목표를 달성하는 일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주민주도형 도시재생이 쉽지 않은 주요한 이유 중 하나는 ‘시민력’의 부재로 볼 수 있다. 여기에서 이야기 하는 시민력에는 소속감, 책임감, 협력적 거버넌스와 공동 창조의 경험 등을 들 수 있겠다. 쉽게 이해하자면 우리가 무엇인가의 주인(Ownership)이 되고자 할 때 갖추어야 하고, 주인이 되면 함께 형성되기 시작하는 역량들이다. 소속감은 지역공동체의 일원이자 재생의 주체로서 주민에게 필요한 기본적인 요소이며, 사업의 성패에 책임을 지는 주민, 다양한 의사결정 과정과 이해당자사의 관계 속에서 협력적인 거버넌스가 가능한 주민, 함께 공동사업자로 기획하고 실행하며 운영관리하는 주민들의 등장은 도시재생 사업에 있어서 필수적인 요소들이다. 대체로 이러한 역량들은 미래발전의 토대가 되는 유무형의 자산들을 소유하고 관리하는 행위를 하면서 갖게 되는 역량들이며. 이는 공동체가 함께 소유하고 운영·관리하는 공통자산(Commons)이 지닌 속성과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러한 역량을 갖춘 주민들이 많을수록 주민과 함께하는 도시재생의 성공가능성은 높아질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시민력을 갖춘 주민들을 어떻게 만날 것이며 또 형성해 갈 것인가? 필자가 일하고 있는 목포에서 이루어진 작은 사례를 통하여 그 실마리를 찾아보고자 한다. 해당 지역은 만호동이라 불리는 곳으로 1897(목포가 개항한 해) 개항문화거리 도시재생 사업이 추진 중이다. 원도심 재생은 어디나 비슷하게 기존 주민들의 유출이 많고, 산업생태계가 손상되어 있으며 물리적 환경이 노후화되어 있다. 한마디로 주민주도형 도시재생의 여건 역시 만만치 않다는 이야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은 시도들을 모색하고 있는데, 변화의 시작은 도시재생사업 중 상권활성화 차원에서 계획되어 있던 ‘건맥축제’였다. 만호동에 6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해산물조합이 있고 조합원분들이 상당수 장사를 하고 계시는 거리가 건해산물거리다. 목포시는 도시재생 차원에서 침체된 상권을 활성화시키기 위한 방안들을 찾다 건어물과 맥주를 결합한, ‘치맥’이 아닌, ‘건맥’ 축제를 주민협의체, 상인회, 도시재생지원센터 등과 함께 준비하였다.

워낙 침체된 상권이고 원도심을 찾는 이들이 적던 시기라 축제의 성공은 어느 누구도 장담할 수 없었지만 상인회를 중심으로 시민들을 맞이할 준비를 열심히 하셨고, 맥주와 함께 곁들일 건어물, 튀김, 간단한 안주거리들을 직접 만들고 본인들의 공간을 체험부스 등 축제 공간으로 활용하게 내어주시고 참가자들을 위하여 화장실도 개방해주셨다. 뿐만 아니라 시민들에게 나누어 줄 사은품으로 김, 멸치 등 고가의 건어물들을 내어놓으셨다. 자발적 기여와 협력의 모습들이 축제를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 나타났다. 축제는 지역축제 치고는 꽤나 많은 분들이 참여해주셨고 만족감도 높았다.

건맥1897협동조합과 함께한 만호동 건어물상가 축제

건맥축제의 성공을 바탕으로 상인회 어르신들은 일시적인 이벤트가 아니라 늘 사람이 북적이는 거리를 꿈꾸기 시작했다. 건해산물 거리에 호프집, 마을펍을 만들자는 제안이 나왔고 이를 구현하기 위한 추진체로 건맥1897협동조합을 설립(2019년 12월)하게 된다. 협동조합은 100명의 조합원을 모아냈고 약 7천만 원의 출자금을 종자돈으로 하여 건해산물 거리 중심에 빈 상가를 매입하고 1층에는 건맥펍을 오픈하였고(2020년7월17일) 2~3층에는 기존 여인숙 기능을 되살려 건맥스테이(STAY)를 조성(2020년 10월 오픈 예정)하고 있다.

100명의 주민이 함께 소유하고 운영하는 마을펍과 스테이는 지역사업 공간 그 이상의 의미들을 내포하고 있다. 건맥1897협동조합은 상인회장이 이사장 역할을 맡고 있으며, 해산물조합장, 상인회 회원과 만호동 주민, 목포 시민이 조합을 구성하고 있다. 지역의 시의원, 국회의원, 공무원 까지도 조합에 참여하여 명실상부 지역공동체가 함께 소유하고 운영하는 기업으로서의 면모를 갖추고 있다. 이들이 펍을 방문해 자신들의 건물과 사업체를 확인할 때의 뿌듯함, 해당 건물이 있는 거리의 주인이라는 소속감(belonging)을 느끼고 있다. 또한 사업체의 지속가능한 성장과 발전을 위한 책임 있는 주주(Shareholder)로서의 고민과 제안들을 하고 계신다.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사회적 금융을 조달하고 공간을 리모델링하는 과정들을 함께 하면서 공동창조자(Co-creator)로서의 경험을 하고 있다.

오픈한 1897건맥펍 앞에서 모두 함께

단순하게 정해진 사업들에 대한 정보공유와 거수기 역할로서의 주민참여 수준을 넘어, 자본을 투자하여 지분을 공동으로 소유하고 사업에 대한 책임을 함께 나누어 갖는 일상의 민주주의의 경험, 나와 더불어 100명이 함께 주인인 공간이 생겨나는 경험들은 마을을 인식하는 새로운 눈과 마음을 갖게 한다. 마을에 공통자산(Commons)을 만들어 내는 경험 속에 사적욕망 대신 공통의 이익을 위한 고민이 시작되고 마을공간과 마을기업이라는 선물을 다음 세대에 남겨주는 호혜가 자리하게 된다. 개인 사업에서는 경험하기 어려운, 사업의 성공을 위하여 100명이 함께 고민한다. 때로는 손님으로, 입소문 내는 블로거로, 맥주에 어울리는 건어물 안주 요리사로, 로고 디자이너로, 굳즈 생산자로 다양한 역할들을 하고 계신다. 이런 마을사업체는 다른 지역 사업체들에게도 경쟁상대가 아니라 지역발전을 위하여 연대하는 대상으로 인식되어 사업 활성화를 위하여 함께 고민해주고 있다.

축제로 시작되어 마을펍과 스테이까지 만들어 낸 건맥1897협동조합의 시도와 경험, 다시말해, 지역자산화 방식은 주민이 주도하여 지역을 재생시켜내려는 도시재생 정책에 있어서 유의미한 전략이 될 수 있다고 본다. 구체적인 지역사회의 문제를 주민들이 직접 참여하고 주도하여 풀어내는 경험, 이 과정에서 함께 협력하고 연대하는 조직체로서의 협동조합의 역할은 공동체 회복과 사회통합을 기대하고 지역사회의 참여, 이웃과의 소통, 신뢰, 소속감을 형성하려는 정책목표들에 정확하게 맞닿아 있다. 고상한 구호나 비전제시, 수십억의 예산을 투여하고도 애물단지가 되는 인프라 사업이 아니라 우리 주변에 평범한 주민들이 감당할 수 있고, 행복해 할 수 있는 수준에서 마을과 공간의 주인이 되는 경험을 함께 하는 일이다. 재생(再生). 무엇인가 상실되고 손상된 것의 되살림이 그 의미라면, 건맥1897협동조합을 통하여 그동안 마을에서 잊어버렸고, 잃어버렸던 함께, 믿고, 의지하고, 나누는 일들의 회복이 시작되고 있다. 시민력이 생겨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작지만 강한, 주민이 주인이 되는 재생을 하고 있다고 말하고 싶다. 주민이 주인이 되면 마을은 변화한다.

주주파티, 로컬에 투자하는 주민의 등장을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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