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도전에 직면한 부산항

한영숙 / 싸이트플래닝건축사사무소. 건축사

동래에 뿌리를 두었던 부산은 1407년 ‘부산포’란 이름으로 부산의 항구역사가 시작되었다. 이후 한국 최초의 개항도시(1876년)로서 외교사, 근대사, 물류사 등의 시작과 전쟁과 피난으로 인한 도시팽창이라는 특별한 경험이 부산 북항을 중심으로 적층되면서 고유한 문화가 드러나는 공간으로 부산을 이야기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정체성의 공간이다.
부산 북항은 대와 만이 교차하는 바다와 배후에 연속된 산지가 만드는 독특한 경관으로 바다화 배후산지가 좁아 시가지의 확장이 독특하게 진행되었다. 바다는 항만물류를 통해 경제성장을 견인하기 위한 국가시설인 부두로 조성되었고, 배후 산지형 시가지는 전쟁으로 조성된 피난주거지가 항만노동자의 삶터로 자연발생적으로 만들어졌다. 1964년~1972년에 걸친 주거지정비로 지금의 골격을 형성하였고, 2005년부터 부두기능이 신항으로 이전하면서 물류부두는 시민들의 여가문화공간으로 전환하고자 하는 북항재개발사업을 2007년부터 시작하였고, 2012년 국제여객크루즈터미널 이후, 오페라하우스, 마리나센터 등이 2021년에 오픈할 예정이다.
개인적으로 부산항을 구체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었던 계기는 2008년 부산시역의 높이계획수립에 관여하면서 북항재개발 구역의 높이계획을 검토할 수 있었다. 그 당시에 지구단위계획을 통해서 지금의 높이로 결정지어져 있었고, 이를 반영한 부산시 상업지역의 높이계획을 수립한 바가 있다. 이후 2013년에 “북항 재개발사업 역사문화 잠재자원 발굴 및 활용방안 수립용역(BPA)”을 수행하면서 북항을 제대로 들여다볼 2번째 기회가 있었다. 북항의 변천, 미래가치가 있는 잠재자원을 조사하고 평가하는 일, 그리고 이 자원들을 활용한 북항재개발을 유도하는 일을 검토했다. 매립된 멍텅구리블럭은 다양한 가로시설물과 예술품으로 재탄생하고, 경계의 상징이던 문주는 이 지역을 안내하는 시설물로 재탄생하고, 그 밖에 계선주, 조명탑, 부두안벽라인, 우리기술로 만든 최초의 크레인, 싸일로 등을 살리는 방법 등을 제안했고 일부 시설은 활용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었다. 또한 연구를 통해 북항의 공원녹지등과 배후 원도심을 연결하는 6개의 길을 제안하였고, 부산시의 도시재생사업과 맞물리면서 영도조선소길은 깡깡이길로 부두노동자의 길은 이바구 길로 명명되면서 지역사회와 결합되면서 길을 이어나갔다.

북항이라는 물류항구와 여객부두의 켜 속에서 작동했던 북항 고유의 집단 기억을 남길 수 있는 컨텐츠

배후시가지의 경우, 재개발, 재건축의 방식이 아닌 생활공간으로 재생을 하는 ‘산복도로 르네상스 사업을 2010년부터 2019년까지 추진하여 10년간 주민생활을 지원하는 공공시설과 경사지의 이동을 도울 수 있는 모노레일, 엘리베이터, 주차장 기능을 충진하였고, 지역의 정체성을 확보할 수 있는 현장형 아카이브 사업을 통해 산복도로와 조망경관의 가치에 대해 시민들과 공유하는 과정을 경험하면서 도시재생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에 매각부지에 건물이 지어지면서 시민들이 북항사업에 대해 잘 못 되어가는 것은 아닌가? 높이를 규제할 수는 없는가? 사람들의 질문이 이어졌고,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주변지역과의 조화, 높이나 경관문제에 대해서 심각하게 인식하는 계기가 만들어 졌다. 2022년 말 북항1단계사업의 기반조성공사가 마무리 되는 시점이다. 얼마남지 않은 시간들 동안 풀어가야 할 과제가 많다. 매각부지 말고 미매각부지와 주변을 살펴볼 때다.
첫째는 부두와 시가지는 중앙로, 철도, 항만배후도로 단절되어있어 이를 연결하는 일이다. 부산역-여객터미널-배후상업지역 등 주요시설물간의 유기적 연계와 통합이용이 어려운 실정으로 부산시는 바다와 산지를 연결하는 입체적인 강력한 연계축이 필요하고, 막대한 자금이 들더라도 이번에는 꼭 만들어내야 할 것이다.
둘째는 북항에 도입될 산업기능이 2008년에 제시한 IT/영상지구, 해양문화지구, 복합도심지구가 여전히 유효한가?라는 질문이다. 2020년 현재 필요한 기능들이 급변하고 있고, 매각전에 전반적인 기능 조정이 필요하다. 새롭게 부여될 기능을 계획할 때 고려할 핵심사항은 쏠림에 지쳐있는 서울에 대응할 만한 유일한 도시가 부산이고, 도시기능이 집중된 도심이 부산항이다. 대한민국 균형발전을 위해 부산의 미래를 위해 미매각부지에 대한 전반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 현재 중앙로를 따라 9km로 형성된 노선형 상업지역은 특색없이 방치되어있다. 새롭게 자리할 북항재개발 사업지구의 기능과 기존의 쇠퇴한 도시기능들을 집분산하고 새에 새로운 생명력을 제공하기 위해서 도심앵커가 필요한 실정이다. 부산시는 2015년부터 기획하여 부산역 광장을 ’ ‘지식혁신플랫폼’으로 재구성하여 공생과 융합의 최전선(Frontier)으로 바꾸어가고 있다. 하지만, 플랫폼 공간만으로는 안된다. 4차 산업혁명은 플랫폼 기업의 유무로 도시의 운명을 결정짓는다고 많은 전문가들이 이야기하고 있다. 데이터로 보면 부산은 지식기반서비스업의 육성이 대구보다 떨어지고, 지식제조업이 일부 드러난다. 지식기반서비스업은 내발적인 노력도 필요하지만, 확실한 기업유치를 통해 달성될 수 있다고 본다.

미매각부지에 부산의 미래산업을 견인할 글로벌 앵커 기업이 들어올 때, 지식기반산업의 생태계가 도심부에 자리잡을 수 있고, 부산항은 일자리가 있는 복합도심으로 작동할 것이다. 그런 일이 벌어질 때 일자리를 찾아서 사람들이 부산으로 오게되고, 산, 바다, 강이 어울어진 매력적인 라이프스타일에 만족하며 계속 살아가길 바랄 것이다. 서울의 쏠림은 수도권확산으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서울메가시티와 부산메가시티라는 양극 체계를 통한 균형발전의 지속가능한 해답이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부산항이 있다.


한영숙. 멋진 도시에 살고 싶은 대한민국 건축사로 건축공학, 디자인학, 도시공학을 전공함. 2006년 싸이트플래닝건축사사무소를 개소한 이후 경관계획, 도시설계, 도시재생, 스마트도시 등의 업무를 수행하고 있으며, 저서로는 ‘행복한 동네살이를 위한 33가지 이야기(국토연구원)’, ‘감천문화마을, 풍경이 된 공동체’, ‘보수동의 공간과 시간’ 등이 있음. 부산광역시 공공건축가, 공원위원회 위원, 해양수산부 중앙항만정책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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